- 지난 여행기 -
2015.08.05 흐바르..
코르츌라로 가는 페리는 18시에나 되야 있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흐바르에 종일 있어야 한다. 호텔은 이미 체크아웃을 했고 성게에 찔린 발가락 때문에 수영을 하고 놀기에는 힘들었고
흐바르 섬을 오토바이로 돌아다닐 계획을 세워놨고 전날 예약까지 마쳤다
흐바르 버스터미널 바로 뒤에 있는 업체에 계약을 했었다
호텔 체크아웃을 마친 뒤 그곳으로 갔다
렌터카, 혹은 오토바이를 렌터해주는 업체였다
이곳에서 몇 가지 절차를 거친 다음 렌트를 할 수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본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뭐 스쿠터 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렌트를 했다
50cc의 스쿠터였고 운전하기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빨리 달릴 생각도 없었고 도로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해안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면서 스타리그라드까지 달리려고 했었고
배경이 좋아서 잠시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사진을 한장 찍었다
이게 흐바르에 남겨진 마지막 사진이 될 줄은 몰랐다
이 사진을 찍은 후 10분 뒤에..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되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달리는중 뒤에 추월차량을 위해 잠시 옆으로 비켜주다가 균형을 잃고 옆의 흙받에 넘어지게 되었고
넘어지느라 팔과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사고 당시에는 너무 놀라서 아무 느낌이 없었다
뒤따라온 차량 3대가 멈춰 섰고, 다친 내게 안정을 취하도록 해 주었고 물을 주었다
그리고 현지인이었던 한 분이 흐바르에 있는 병원에 데려다주겠다고 하고 그를 따라갔다
이미 넘어진 오토바이는 사고로 인해 조금 부서진 듯 보였다. 가져갈 수는 없었기에 그냥 길에 세워 두었다
흐바르에는 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냥 임시 진료소일 뿐이었고
팔과 다리 그리고 손에 흙과 피를 닦아내고 급히 소독을 하였다..
팔을 짚고 넘어졌기 때문에 어깨가 많이 아팠고 골절을 의심해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 때의 시간은 12시였고.. 큰 병원은 전날 있었던 스플리트로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날은 원래 배를 타고 코르츌라로 가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일정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바지는 약간 찢어졌고 티셔츠는 심하게 찢어졌기 때문에 버릴 수 밖에 없었고 윗옷 대신 칭칭 감겨진 붕대를 매고 짐을 맡겨논 호텔로 향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페리 선착장에서 페리를 기다리는 동안 목이 말라서 물을 사먹는데.. 옆에 한국인 커플이 이상한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그냥 말 없이 물만 들이킬 뿐이었고.. 그냥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이 때의 시간은 낮 1시.
다행히도 스플리트에 가는 페리는 2시에 있었고, 남은 표가 있어서 코르츌라로 가는 페리 편을 환불하고 스플리트로 갔다
스플리트에서 택시를 타고 약 10분거리에 있는 종합병원에 갔다
그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이 하필 사고가 난 일자가 8월 5일. 크로아티아 국경일이었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도 꽤나 기다려야 했다. 되지 않는 영어로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힘들었다.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을 전혀 볼 수 없는 낯선 공간
나는 그 병원 대기실에서 2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사진 찍을 여유는 있었던지... 그 때 이후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병원 내부..나는 여기서 뭘 하나 싶었다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러지도 쉽지가 않았다
더 큰 사고가 나지 않았음에 감사해야 했다
오르막길이었으니 망정이지. 그래도 속도는 시속 30킬로정도 였던걸로.. 내리막길이었으면 난 죽었을지도 모른다
엑스레이 촬영은 간단하고 신속하게 마무리되었다
유쾌한 병원 관계자 덕분에 별 탈없이 진행되었고
다행히도 결과는 골절이나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단지 충격에 근육이 조금 놀랄 뿐이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병원을 나왔고.. 이제 숙소를 구해야 하는데, 다행히도 코르츌라에 예약했던 한인민박과 같은 계열의 한인민박이 스플리트에도 있어서 어렵지 않게 변경할 수 있었다
이날 유난히 사람이 없었나보다. 병원에서도 걸어서 10분거리로 가까웠다
정말 신이 나를 도왔나 보다
여차저차 체크인을 했고...다음날 붕대를 푼 후의 팔의 상태
저 부분만 아니라 팔 윗면도 상처를 입었고, 양쪽 다리에도 저렇게 비슷한 상처가 있었다
사고가 난 지 두달이 되었음에도 흉터가 남아 있다. 앞으로도 몇 년은 가지 않을까..?
숙소 이름은 러브크로아티아
이날 사람이 없어서 6인실에 3명
2층에 올라가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같은 룸에서 묵게 된 형님께서 아파서 저녁도 먹으러 가지 못한 나에게 저녁을 사다 주셨다
정말 고마웠다..
앞으로의 일이지만
이렇게 사고가 나게 되니, 만나는 사람마다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국적을 불문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붉게 물든 내 팔을 보며 무슨 일이 있냐며 물어봤기 때문이다
덕분에 혼자 다니는 여행이었지만 심심하지 않았다
이렇게 스플리트로 다시 오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숙박한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쾌적하게 보낼 수 있었던 숙소
다행히 스탭들도 몸이 안 좋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고마웠다
한인민박에 가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인.. 한식 제공
진수성찬이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지만.. 몸도 안 좋은 상태에서 이렇게 먹으니까 정말 눈물나게 맛있었다
전날 밤에 온 카드사용내역 문자..
오토바이 사고처리 비용으로 무려 7000쿠나 (70만원 중반)가 결제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 충격에 잠시 할 말을 잊었는데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아마 보험처리도 안 된듯 싶었고 오토바이도 많이 파손된 상태였으니..
이것과 비교가 당연히 안 되지만 병원비도 10만원 안팎으로 나왔으니
다 합쳐서 8~90만원정도 들었다고 보면 된다
이태리의 한인민박과는 다르게 굉장히 깨끗했던 한인민박의 내부
지어진 지 얼마 안되는 것도 한몫..
이런 상황까지 갈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여행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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